#eye #eye





이주와 정주의 과정에서 중첩된 주민들의 인식과 감정


/ 전민정_문화정책 연구자




정부와 서울시의 주도로 만들어진 도시, 성남시의 도시개발사 속에는 내 집을 마련해 정주하고 싶었던 이주민들이 있었다. 성남시 수정구 주민 대상의 설문조사 결과와 각종 통계 자료, 연구보고서, 웹사이트, 언론 기사 등의 문헌 자료를 중심으로 초기 난개발에 따른 오랜 후유증을 안고 살아온 수정구 태평동 주민들의 거주 환경 실태와 인식, 재개발과 도시재생사업에 얽힌 복잡다단한 감정을 확인해본다.




성남 도시개발사에 내재된 불씨

성남시의 시초인 광주대단지는 국가와 서울시가 청계천을 비롯한 서울 도심의 철거민을 이주시키기 위해 경기도 광주군 중부면 일대에 조성한 곳이다.[1] 1969년 5월 2일부터 집단 강제 이주를 시작한 철거민들은 구릉지에 임시 천막과 판잣집을 지어 생활했다. 상하수도, 전기, 도로 등 기반시설이 전혀 없는 맨땅이라 난민수용소와 다를 바 없었다. 이주민의 정주를 위한 계획이기보다는 서울시의 문제 해결이 주목적이었기 때문에 최소한의 정주여건도 갖춰 놓지 않은 것이다. 1969년 12월 경기도와 광주군에는 당시 이주민들의 불편을 호소하는 민원이 누적되어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한다. 1969년 11월부터 20평의 택지를 추첨을 통해 철거민들에게 분양했지만 택지 분양증(속칭 딱지)을 노린 부동산 투기꾼이 몰려들었고, 집을 짓기는커녕 먹고 살기 힘들었던 철거민들은 딱지를 팔아 넘겼다. 결국 철거민의 절반은 광주대단지에 정주하지 못한 채 떠났고,[2]  택지 분양증은 시세 차익을 노린 재산가, 내 집 마련이 목표인 타 지역 서민들에게 넘어갔다. 서울시가 일으킨 부동산 붐에 정작 철거민은 뒷전으로 밀려나면서 1971년에는 최초 이주한 철거민보다 전매 입주자의 비율이 높아졌다. 1971년 8월 10일 발생한 광주대단지 사건 당시 주민은 원주민, 철거민 입주자, 전매 입주자, 무단입주자, 세입자로 구성되어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철거민들이 빈곤과 불안정한 삶에서 오는 공포와 불만을 사소한 다툼과 폭력으로 분출하다 한꺼번에 폭발시킨 것으로 보였지만, 이해관계에 따라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집단은 전매 입주자였다. 서울시의 택지 분양증 전매 금지 조치 등에 따른 전매 입주자들의 재산권 투쟁 성격이 강했던 것이다.

성남시는 정주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개발이 낳은 문제점을 안고 시작했기 때문에, 좁고 가파른 골목, 다닥다닥 붙은 집들, 주차공간과 녹지 부족 등으로 인한 열악한 거주 환경은 50년이 다되어 가는 지금까지도 주민들의 주요 불만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이유로 성남시는 2000년대에 들어 수정구와 중원구 구도심 대부분을 철거한 후 재개발하는 대규모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계획을 추진했었다.[3] 2009년 4월 13일 주거환경개선사업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수정구 태평 2·4구역에도 아파트 단지를 건립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성남시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사업비 조달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2014년 1월 9일 정비구역 지정을 해제했다. 영세한 가옥주 중심으로 반대여론이 높았고, 고도제한으로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원주민 재정착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컸다.[4] 현재 태평 2·4동은 2015년 말 국토부 도시재생활성화사업 공모에 선정되어 도시재생을 진행중이며, 태평1동은 재개발 구역 지정이 해제되었으며 재개발 구역으로 재지정된 태평3동만 재개발이 곧 진행될 예정이다.



수정구 태평동의 거주 환경

태평동은 4개의 행정동으로 구분되며, 주민등록인구는 약 5만 8천 명, 각동별로 13,500명~15,500명이 살고 있다. 면적은 태평1동이 가장 넓고 태평3동이 가장 작으며 인구밀도는 태평2동이 가장 높다. 태평동의 주거지는 광주대단지 조성 시기에 분양받은 20평의 급경사에 지어진 2층 벽돌 주택이 다수를 차지한다.[5]  12개의 아파트가 있긴 하지만 규모는 크지 않고, 건우아파트를 재건축한 태평2동의 가천대역두산위브(8동, 203세대)는 고밀도 주거 지역과는 다소 떨어져 있다. 빨간색 2층 벽돌집이 들어선 시기는 80년대 후반에서 90년 초로 1층에는 가게, 2층에는 살림집이 있거나, 주인은 1개 층만 사용하고 반지하와 다른 층은 세를 주는 경우가 많다. 옥상은 주로 빨래를 널거나 텃밭을 가꾸는데 사용한다. 태평2‧4동 도시재생 대상지의 경우 전체 면적의 28%가 시유지이며 주인 거주지가 48.5%이며 지주가 거주하지 않는 비율도 43.4%나 된다. 재개발을 노리고 구입했다가 도시재생이 확정되면서 폐가나 빈 점포로 방치해 놓은 경우도 있다.


<표> 태평동 주요 현황



태평동이 속한 수정구에는 문화시설이 많지 않은데 이마저도 태평동에는 거의 없는 수준이다. 유일한 공연장인 ‘수정청소년수련관내공연장’은 신흥동에 있고 영화관은 신흥동과 위례에만 있으며, 수진역 부근의 성남문화원과 성남문화의집이 가장 가까운 문화시설이다. 그나마 동별 1개씩 있는 주민자치센터가 소규모의 문화체육 시설을 갖추고 있다. 공공도서관 또한 성남시에 15개, 수정구에 4개가 있지만 태평동과 인근 지역에는 없으며 작은도서관만 11개가 있다. 교육시설은 유치원 7개, 초등학교 5개, 중학교 1개가 있으며 고등학교는 없다.


<표> 태평동의 주요 문화 및 복지시설 수



공원과 녹지 또한 매우 부족하다. 신도시처럼 계획적으로 만들지 않아서 공원 등의 공공시설이 들어갈 공간을 미리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정구에는 11개의 근린공원이 있지만 태평동에는 영장근린공원 1곳 뿐이다.[6] 주변에 녹지가 없는 대신 주민들은 집 앞에 화분을 내놓거나 해가 잘 드는 옥상에서 식물을 가꾼다. 놀이터는 대부분 초등학교와 아파트 단지 내에 있으며, 일반 시민에게 개방된 야외놀이터는 영장근린공원 내 어린이놀이터 정도이다. 집 근처에 놀이터가 없다보니 태평동 아이들은 주로 골목길에서 뛰어 논다. 보육시설인 어린이집은 태평동에 총 38개가 있으며 이중 국공립은 4개이다. 노인복지회관은 각 동별로 4개가 있으며 지역아동센터는 14개가 있다. 경로당은 총 22개로 많은 편이다. 태평 2동과 4동의 경우 도시재생활성화사업을 통해 공간복지[7]차원에서 도보 거리에서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소규모 공공시설을 조성하고 있다. 주차공간 확충을 위해 주차타워와 주차장을 만드는데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입되고, 이외에도 골목길을 정비하고 시유지에 청년임대주택, 주민공동이용시설, 공원녹지 등을 만들고 있다.[8]





수정구 주민들의 인식 변화

그렇다면 성남시 수정구 주민들은 지금 사는 지역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2019 성남시 사회조사[9]’에 따르면 수정구민들의 정주의식은 높지 않은 편이었다. ‘성남시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만 살다보니 고향 같다’고 느끼는 비율은 54.1%로 성남시 평균(60.6%)에 비해 낮고, ‘태어났으나 고향 같지 않다’는 응답도 4.1%로 성남시 평균(2.8%)에 비해 높았다. 10년 후에는 수정구에 살고 싶지 않다는 사람들도 성남시의 다른 구보다 많고, 현재 살고 있는 주택과 거주지에 불만족하는 비율도 모두 성남시 전체에 비해 높다. 과거의 사회조사 결과와 비교해보면 거주지 불만족 비율은 2009년은 3배 더 높았고, 2015년은 26.3%로 낮아진 것이다.[10] 불만족하는 이유로는 ‘주차시절 부족’과 ‘주거시설 열악’을 꼽았고, 필요한 공공시설로는 공영주차시설, 공원‧녹지‧산책로, 보건의료시설, 도서관 순으로 선택했다.[11]

성남시의 수정구, 중원구, 분당구 3개구 주민 간의 인식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 질문은 ‘성남시 이미지’항목이었다. 수정구 주민들은 성남시 하면 떠오르는 것으로 다수가 남한산성, 모란민속5일장을 꼽았고 쾌적한 주거환경이라는 응답은 2.7%에 불과했다. 반면 분당구 주민은 쾌적한 주거환경이라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모란민속5일장과 남한산성은 각각 5%이하였다. 수정구 주민은 도시의 역사와 자원을 우선 떠올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5년 조사결과를 봐도 수정구는 ‘남한산성’과 ‘모란민속5일장’이라는 응답 비율(65%)이 높았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10년 전 사회조사에서는 수정구는 열악한 주거환경(44.8%), 다수의 빈곤가구(16.1%), 빈번한 사건사고(13.8%) 순으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70% 이상인 반면 분당구는 ‘신도시 환경’이 48.6%로 긍정적인 이미지가 많았다는 점이다.[12] 반면 2009년 수정구 주민들이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한 지역사회문제는 경제문제(3.87점), 교통분야부족(3.85점)이었고, 주민 간 불화합(2.97점)은 가장 낮았다.


<표> 성남시 사회조사 수정구 연도별 비교표



지난 2016년 실시한 ‘성남시 주거환경 실태조사[13]’에서도 수정구와 태평동 주민들의 생활상과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조사 결과 수정구 응답자의 반지하 거주비율은 21.0%로 성남시 전체보다 2배 정도 높았고, 공용 화장실을 사용하는 가구도 2.5% 있었다. 집들의 간격이 좁은 만큼 ‘방음’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낮았고,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로는 노후한 주택으로 인한 곰팡이·습기·환기, 소음, 추위와 더위, 채광을 꼽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정구에 사는 이유는 주거 환경이 쾌적하지 않지만 예전부터 살아왔고 주거비가 저렴해서였고, 시에 바라는 점은 리모델링‧재개발, 주차문제 해결, 치안강화, 노후주택개량 순이었다. 반면 ‘이웃 간의 갈등’으로 어렵다는 비율은 2.6%로 3개구 중 가장 낮았다. 이외에도 수정구 태평동 주민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로 ‘태평2동과 4동 도시재생 설문조사’가 있는데,[14] 응답주민 중 자가는 41.4%, 전세는 40.2%로 비슷했으며, 30년 이상 장기 거주자가 23.0%인 반면, 1~5년 미만의 거주자도 23.7%에 달했다. 태평동 주민들의 주거환경 불만족 비율은 43.6%로 사회조사보다 높았다. 주거환경 개선 대상(1순위 응답)으로는 역시 주차문제가 37.9%로 가장 많았고, 노후화된 주택, 좁은 골목길, 쓰레기 및 마을환경문제 순이었다.



급속한 도시 팽창 과정을 겪은 주민들의 감정

앞서 말했듯이 주차, 소음 등의 현안은 급속한 도시화 과정에서 비롯되어 오랜 기간 누적된 문제였다. 그 지난한 시간 속에서는 주민들은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성남시 원도심의 주차난은 1980년대 이후 승용차 보유 가구가 늘어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1997년 6월 동아일보 기사에 따르면 성남시의 주차면 확보율은 78% 수준이나 수정구는 47%에 불과했다. 언론에서는 구시가지 주차난을 광주대단지가 사실상 난민수용용이어서 구릉지에 집만 짓는 형식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주차공간의 개념을 전혀 도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15] 20년이 지난 시점에도 주차 문제는 이웃 간의 분쟁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주민들끼리 차를 긁어버리거나 주차위반 신고를 해서 과태료를 내게 하기도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불법주차를 했다며 누군가 화풀이로 일부러 차를 긁는 것이다. 게다가 스마트앱으로 주차위반 신고를 해서 과태료까지 무는 경우 억울하기까지 하다.
- 태평동 주민 - [16]




사실 성남시는 90년대 중반부터 갖가지 민원으로 몸살을 앓아왔다. 이를 전문가들을 수년간 팽창일변도 정책을 추진한데 따른 결과라고 지적한다. 1999년 동아일보 기사에서는 “성남시의 경우 특히 70년 대 초 개발된 구시가지와 90년대 개발된 분당신도시가 혼재되어 있어 문제가 더욱 복잡하게 얽혀 있다”고 진단했다.[17] 민원 1위 도시의 불명예는 지금도 쓰고 있다.[18] 도시가 50년 사이 단기적으로 급발전한데다 원도시와 신도시가 뚜렷하게 구별되는 도시 특징에서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민원이 많다 보니 주민들의 집단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19] 성남시의 단골 민원 중 하나는 고도제한 완화 요구였다. 성남시 인근에 서울공항이 있는 탓에 수정구와 중원구 일대는 건축 고도제한에 걸려 있다. 고도제한은 구도심 일대의 재개발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주민들은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해 왔다. 결국 2002년 8월 법 개정으로 기존의 최대 높이 12m(최대 4층)에서 45m(약 15층)로 한 차례 완화되었고, 2010년 5월 일부 지역은 다시 193m로 완화되었다. 이로 인해 15층 이상의 초고층 아파트 건축이 가능해지면서 신흥 주공아파트(현 산성역 포레스티아) 등의 재개발에 탄력이 붙었다.

수정구 원도심의 재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저층 주거지와 아파트 단지와의 격차는 이제 수정구 내에서 벌어지고 있다.[20] 수정구 창곡동 위례신도시를 필두로 한 수정구 아파트의 중위가격은 2020년 들어 두 배 이상 오르면서 분당구의 집값마저 추월해버렸다.[21] 2020년 7월 입주를 시작한 산성역 포레스티아의 거래가는 이미 분양가보다 2배 이상 오른 상태이다. 아파트 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성남시 원도심이 재개발과 도시재생사업으로 갈리면서 재개발에서 배제된 지역의 주민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게 된 상황이다.





동시에 진행중인 도시재생 기반시설 조성과 가로주택정비사업

국토부와 지자체의 도시재생사업이 한창 진행중인 태평2‧4동의 주민들은 현재 동일한 구역 내에서의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23] 바둑판같은 구획에 단독주택이 밀집해 있는 태평2‧4동은 가로주택정비 시범사업지로 최적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 구역별로 80%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연번동의서’를 2개월 만에 받아낼 정도로 주민 호응이 높다. ‘태평2동4동공영가로주택추진위원회’는 지난 6월, 6개 블럭의 ‘연번동의서’허가를 시에 요청했으나 시는 난개발과 도로, 공원 등 기반시설 부족을 이유로 불허했다. 이후 일부 블럭의 조합설립 연번동의서를 발급했지만, 다른 블럭은 관련 가이드라인 연구 이후로 미뤄둔 상태이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주민들은 시에서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시유지에 마을회관과 청년공유주택 등을 만드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소규모 재개발과 다름없는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추진위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태평4동 마을회관 공사중임을 알리는 게시물의 댓글에는 주민들의 분노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이런 건물 들어오면 가로주택 할 수 있는 겁니까?
성남시에서 알박기를 할 줄은 상상도 못했네요~ 태평2,4동 주민의 생각과 반대로 가는 성남시 행정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속이 천불나네~~

피켓이나 플랭카드로 반대 의견을 분명히 보일 수 있는 행위를 해야 합니다! 가만히 손 놓고 있으면 안됩니다!

  - 태평4동 마을회관 공사중임을 알리는 게시물에 달린 주민 댓글. 2020.11.06. - [24]



한편 ‘태평2동4동 공영재개발 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일부 주민들은 여전히 전면 재개발을 주장하고 있다. 도시재생사업을 중단하고 도시정비구역으로 재지정해달라는 청원이 성남시 행복소통청원 등에 계속 올라오고 있으며, 난개발이 우려되는 가로주택정비사업 대신 전면 재개발을 해달라는 요구로 성남시의회 자유게시판을 도배하고 있다.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되는 와중에 전면 재개발 요구와 가로주택정비사업 추진이 동시다발로 진행되면서 서로가 서로의 사업추진을 반대하는 상황인 것이다.


신흥이네 집은 예쁜 아파트 지어주고 금광이네도 예쁜 아파트 지어주고 단대네도 예쁜 아파트 지어주면서 태평이네 너희 집은 지금 그대로 살라고 하십니다. - 태평동 주민의 청원서 중에서 - [25]

“싫어. 빈촌이 되잖아. 못 사는 동네. 할려면 평지를 만들어야지. 여기도 40~50년 됐으니...우린 재개발을 원해.” [26]

"옆에 1, 3동은 재건축 하겠다 해서 분위기가 좋아졌잖아요. 근데 바로 옆에 있는 우리는… 앞으로 주민들 반발이 굉장히 심할 거예요. (짒값이) 떨어진다면 주민들이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 태평동 주민 언론 인터뷰 중에서 - [27]




태평동 주민들의 복잡다단한 감정

비록 주거 환경은 열악했지만 이웃과의 갈등은 많지 않았던 태평동에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태평동 주민들은 똑같은 크기의 집에서 이웃 간의 정을 나누며 살았다. 주차와 소음 문제로 가끔 다툼이 일긴 했어도 큰 갈등은 아니었다.


“여름 되면 할머니들 나와서 앉아 계시고, 밥이나 부침개 같은 것 갖고 나와서 먹자고 하고, 골목에 앉아서 먹고...도시 속의 시골이에요.”
“아무래도 태평동이 제2의 고향이잖아요. 인생의 2/3 이상을 살았으니까. 옆에 분당 있고, 위례신도시 있고, 판교신도시가 있다고 해도 여기서 뼈를 묻고 싶죠.”

  - MBC ‘어쩌다 하루’ 태평동 주민 인터뷰 중에서- [28]


태평동에는 평생 한 번 깨끗하고 쾌적한 아파트에 살아보고 싶은 주민도 있고, 집은 낡았지만 40년 이상 살아온 동네를 떠나고 싶지 않은 주민도 있다. 도시재생을 반대하는 그룹에는 재개발을 노리고 투자한 타 지역 거주자도 포함되어 있다. 이미 진행중인 도시재생사업에 찬성하는 주민보다는 반대하는 주민의 입장이 두드러지는 경향도 있다.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다 보니 개개인의 입장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도시에서는 재개발 이후 높은 아파트 분양가를 감당하지 못해, 원주민들이 재입주하지 못하고 외곽으로 밀려나는 사례가 많다. 50년 전 처음 이곳에 이주해 온 철거민들은 집을 지을 형편이 안 돼 분양받은 땅을 팔고 떠났다. 과거 성남으로 이주해 원주민이 된 이들은 재개발 후 아파트 분양권을 팔고 다시 이주민이 될 확률이 높다.[29] 현재의 상황은 이주민들의 생존권 요구와 함께 토지 분양권 보유자들의 이권논리가 강하게 작용했던 광주대단지의 사건의 데자뷰럼 느껴진다. 도시재생이냐 재개발이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재개발로 재산을 증식시키려는 사람들과 정주를 원하는 주민 간에 분쟁이 일어나는 것은 비단 성남시만의 현상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도 변치 않는 건 난개발로 인한 부작용의 집약체인 성남시 수정구의 태평동에 내 집에서 조차 안전하지 못하고 마음이 편치 않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1] 광주대단지 관련 내용은 ‘성남시사(2015) 제6권 도시개발사-도시박물관 성남’의 p54-83을 참고했다.
[2] 1969년부터 1971년까지 3년 동안 이주한 철거민 12만 4165명 가운데 5만 6674명(1만 1053가구)은 다시 전출했다.

[3] 2006년 말 성남시는 305.01㏊에 이르는 성남시 수정구와 중원구 일대 노후 주택지역을 2010년까지 3단계로 개발하는 기본계획을 고시했다. 태평2‧4구역은 2단계, 1‧3구역은 3단계였다. 박대민‧심윤희,“[성남 재개발] 성남 구도심이 다시 태어난다.” 매일경제(2008.09.12.)

[4] 성남시, 성남시 태평2·4동 도시재생활성화사업 계획, 2020.10, p.36.

[5] 태평2·4동 도시재생활성화사업 대상지의 경우 필지 면적 90㎡ 이하가 전체 토지 중 94.15%이며, 단독주택이 95.12%, 2층 이하가 90%, 벽돌구조가 75.5%이다.

[6] 태평1동에 2021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밀리언근린공원을 조성 중이다.

[7] 집에서 도보 거리 이내에 경로당, 놀이터, 도서관, 체육시설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춰 주민들이 공간에서도 복지 혜택을 누려야 한다는 개념이다.

[8] ‘태평 2·4동 일원의 도시재생활성화계획’에 따르면 국토부 도시재생사업 대상지는 굵은 T자 모양으로 지정되었으며 면적 177,400㎡, 사업비 총 287억 원 규모이다. T자 외의 영역은 지자체의 예산으로 공공시설 확충 중심의 맞춤형 정비사업을 진행중이다.

[9] 제10회 성남시 사회조사는 성남시 1,590가구의 만 15세 이상의 가구원을 대상으로 2019년 8월 27일부터 9월10일까지 진행되었다. 통계표상 태평동 수치는 나와 있지 않아 수정구 수치를 활용했으며, 여기에는 위례동(2015년 11월 입주 시작)과 같은 아파트 거주자도 포함되어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10] 제 2회 성남시 사회조사는 2009년 8월 24일~9월 6일 진행되었고 제6회 사회조사는 2015년 8월 17일~8월 31일에 진행되었다. 5년 단위로 살펴보고자 했으나 2014년 진행된 5회 조사에는 시계열 비교가 가능한 문항이 많지 않아 6회 조사 결과를 반영했다.

[11] 참고로 2019년 초에 진행한 주민설문조사에서 동네의 우선적으로 확충해야 할 생활 인프라로 수정구 거주자는 주차장 다음으로 ‘공원’ 및 ‘도서관’을 꼽았다.(성남시청, 2035년 성남 도시기본계획, 2020.06, p.69.

[12] 2014년 5회 사회조사부터 부정적인 이미지의 문항이 빠지고 현재의 문항으로 변경되었다.

[13] ‘성남시 주거환경 실태조사’는 2016년 5월 진행되었으며, 성남시 4,047가구(수정구 1,205가구, 25.8%)를 대상으로 했다.

[14] ‘성남시 태평2·4동 도시재생활성화사업 계획’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으며 태평2동과 4동 주민 9,359명 의 11.5%인 1,077명이 참여했으며 2018년 8월3일~9월7일 진행되었다.

[15] 성동기, “성남 주차면 확보율 고작 78% 밤낮없는「車(차)대기 전쟁」”동아일보(1997.06.25.)

[16] 이재형, “내년엔 주차 때문에 싸움 할 일 없어지겠네!.” 대한민국정책브리핑(2019.09.24.)

[17] 서정보, “경기 제1도시’급팽창 성남 집단민원 몸살”, 동아일보(1999.11.13.)

[18] 국민권익위원회·성남시 등에 따르면 2018년 성남시에 제기된 민원은 12만2천207건으로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1위이다.

[19] 김순기, 성남시 작년 12만 건 '전국 최다 민원' 몸살, 경기일보(2019.03.28.)

[20] 수정구 신흥동에는 39개동, 4,089세대의 산성역 포레스티아가 완공되어 2020년 7월 입주가 시작되었으며, 태평4동과 인접한 신흥2구역에는 4,774세대 규모의 산성역자이 푸르지오가 곧 들어선다.

[21] 이정필, “아파트 중위값 반년 새 5억→10억…성남시 수정구에 무슨 일이?”, 이투데이(2020.08.18.)

[22] 노후불량건축물이 밀집한 가로구역에서 종전의 가로를 유지하면서 소규모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으로 대상지는 6m이상 도시계획도로로 둘러싸인 1만㎡ 미만의 가로구역의 전부 또는 일부이다. 태평2‧4동은 전체 면적이 24만㎡에 약 1만㎡씩 24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23] 이정민, “태평2ㆍ4동 가로주택정비사업 딜레마에 빠진 성남시”,경기일보(2020.06.28.)

[24] ‘태평2동4동공영가로주택추진위원회’ 밴드, https://band.us/band/73160300/post/2351

[25] 성남시행복소통청원(www.seongnam.go.kr/cheongwon) 청원번호 292, 태평2,4동 도시정비구역 재지정 청원서의 내용으로 2019년2월부터 1개월의 청원기간 동안 654명이 지지했다.

[26] 조연, “[집중취재] 너도나도 가로주택정비 사업…난개발 우려”, 한국경제TV (2020.05.12.)

[27] 김철웅, “[현장 카메라] 5년간 50조 투입 도시재생사업…실태는?”, 채널A (2020.10.12.)

[28] MBC <어쩌다 하루>, ‘하늘과 맞닿은 동네 경기도 성남 태평동’. 2020년 3월 20일 방송.

[29] 이에 따라 성남시는 지자체 최초로 순환재개발을 하면서 원주민의 재정착률을 50%대까지 올리고 있다. 서울시 재개발 지역의 원주민 정착률은 20~3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민정 minjung.jun@gmail.com

2011년 2월 공공정책학 문화예술행정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2010년부터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문화정책연구에 참여 하기 시작했다. 현재 프리랜스 연구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주요 연구 분야는 지역문화, 생활문화, 문화예술교육 등이다. 자료 조사와 인터뷰 등을 통해 지역, 기관의 활동,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 등을 기록하고 정리하는 아카이브 작업에도 관심이 많다. 학부 전공(신문방송학)과 웹진 기자, 웹콘텐츠 기획 경력을 바탕으로 서울문화재단 월간지 [문화+서울] 등 온·오프라인 출판물 기획과 기사 작성, 편집 작업도 하고 있다.